PB전성시대①│PB의 시대, 피할 수 없는 미래

유통업계에 제조사와 유통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PB상품 때문이다. PB란 자체브랜드(Private Brand)의 줄임말로, 제조 설비를 갖추지 않은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상품을 기획한 뒤 생산만 제조업체에 의뢰해서 출시한 제품을 말한다. 보통 제조사브랜드(National Brand)와 대조적인 개념으로 사용한다.

이제 유통업체들에 PB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의 대형마트는 각자 고유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에 PB상품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자상품이다. 영업력이 떨어지는 중소 제조사에게도 PB상품은 반가운 존재다. 자체적인 브랜드를 붙이는 대신 대규모 유통업체에 판매를 맡겨 광고, 마케팅,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PB상품의 미덕은 가격이다. 유통업체는 제조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매입하므로 비교적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국내에 PB상품이 처음 등장한 시기에는 값만 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제는 품질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판매하는 상품군도 다양해졌다. 초기에는 기저귀, 휴지 등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생활용품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의류, 화장품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래도 가장 잘 팔리는 건 식품이다. 설날 시즌을 맞아 최근에는 제수용품, 한복까지 PB상품으로 출시됐다.

당초 PB상품의 개념은 유통업체가 직접 제품을 개발해 자사에서만 판다는 독점 판매의 성격이 강했으나 이제는 이 경계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서는 이마트와 SM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기획한 PB제품 ‘엑소 손짜장’을 팔고 있다. 타사 PB제품도 판다는 것은, 이제 PB가 자사 유통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의 위치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의 PB상품이 주도하는 간편식 시장 열풍을 경계하는 동시에, 신제품 출시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조사들은 “유통업체의 PB상품은 단순한 OEM생산에 불과하지만 제조사들은 식품 제조 노하우를 가지고 더욱 체계적으로 생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체의 PB열풍이 소규모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트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유통업체 PB상품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에 따르면 제조사들이 PB상품 확대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낮은 납품가격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였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PB상품 제조사의 25%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유통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납품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논란에도 PB상품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영국의 ‘마크 앤 스펜서(M&S)’는 매출의 대부분을 PB상품을 통해 올리고 있으며, 독일의 ‘알디(Aldi)’ 역시 PB상품 매출이 90%가 넘는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는 매출 비중이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브랜드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PB 강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국내 PB 시장 역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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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기자
이혜원 기자

남들이 안 쓰는 뉴스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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