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방에서 피카츄가 사라질지 모른다

‘탕진잼’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헛된 곳에 적은 돈을 쓰며 사치를 부린다는 뜻이다. 천원숍에서 1만원어치 물건을 산다거나 인형뽑기방에서 뽑지도 못할 인형에 1만원을 허비하는 식이다. 불경기에 그렇게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단어다.

인형뽑기방에서 ‘탕진잼’을 실현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포켓몬스터, 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산업이 인기를 끌면서다. 인형뽑기 비용은 1회에 1000원으로 보통 5000원에서 1만원은 거뜬히 쓴다. 수만원씩 탕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번화가에는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뽑기방은 뽑기기계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CCTV만 설치하면 되니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창업을 하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다.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수익성이다. 실제로 정말 돈을 벌 수 있느냐다. 업계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현 시점에서 돈이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상권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보통 순수익이 500만원 이상, 상권이 좋으면 1000만원 이상, 아주 좋으면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현금 장사다.

초기 창업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인형뽑기 가맹사업을 하고 있는 ‘인형언니’에 따르면 뽑기 기계는 대당 200~300만원선이다. 점포 한곳당 5대~10대 가량을 설치한다. 뽑기 안에 들어갈 인형들은 기계 한대당 20~30만원가량 든다. 한대당 100만원 안팎인 지폐 교환기도 1~2대 필요하다. 기계배송비는 서울 기준 10만원 안팎, 전기 공사비는 매장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0만원 정도다. 간판 설치 비용은 70~90만원선이다. 권리금, 보증금, 월세 등을 제외한 창업 비용은 약 3040만원(기계 10대 설치 기준)이다.

장점만 보면 당장이라도 차려야 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만만하진 않다. 뽑기방 사업은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른 청소년 게임 제공업에 해당한다. 뽑기기계인 크레인은 게임물로 분류돼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허가는 영업장이 속한 지역 시·구청의 교육문화과에서 담당한다.

영업 가능 지역도 살펴야 한다. 10대 청소년들이 타깃 소비자이나 학교 앞에 신규 영업점을 내기란 까다롭다. 우선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교 담장으로부터 50미터 이내에는 뽑기방을 차릴 수 없다. 학교 담장으로부터 200미터 이내는 심의 대상이다. 교육청 허가가 필요하다. 심의기간은 7~14일가량 소요되는데, 심의가 잘 나지 않는다.

학원 건물도 주의해야 한다. 창업을 염두에 둔 상가에 학원이 있다면 학원법 따라 영업이 제한될 수 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시청이나 구청으로 문의해봐야 한다. 때문에 뽑기방 창업 담당자들은 영업 허가를 받은 다음 상가 계약을 하라고 조언한다. 가계약을 걸어놨는데 심의에서 탈락하면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시간 제한도 있다. 청소년 게임 제공업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다. 일부 점포에서는 새벽에도 건물 밖에 뽑기기계를 두고 영업을 하는데, 불법이다. 뽑기기계를 영업장 문 밖에 두는 것 역시 단속 대상이다. 또 밤 10~12시 사이는 1명 이상이 상주하며 청소년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 보통은 주인이 나와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영업장 밖에 인형뽑기 기계를 두는 것은 불법이다. ⓒ 산업정보포털 i-DB
이렇게 영업장 밖에 인형뽑기 기계를 두는 것은 불법이다. ⓒ 산업정보포털 i-DB

뽑기방 창업 담당자들은 인형뽑기방 성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형의 종류라고 말한다. 요즘 뜨는 피카츄, 파이리,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등 인기 캐릭터를 채워놔야 장사가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뽑기방에서 제공하는 인형은 소비자가로 5000원을 넘겨선 안 된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포켓몬스터 인형을 검색해보면 정품 최저가가 1만4000원이다. 만약 뽑기방에 있는 피카츄가 정품이라면, 사업자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의미다.

5000원 이하인 모조품 피카츄를 넣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것 역시 위법이다. 법무법인 유스트 이인환 변호사에 따르면, 저작권이나 상표권을 침해하는 물품을 영업 목적으로 유통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인 동시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있다. 인형뽑기 게임은 가동시키는 그 자체로 물품을 유통하는 것이므로 정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시장이 커질수록 규제 리스크도 확대된다. 뽑기방 산업이 확대되자 국세청에서 과세를 고려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뽑기기계 한대당 일정금액을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행성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뽑기기계에서 확률을 조정해, 뽑기 실력과는 관계 없이 확률에 따라 인형이 나오게 돼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이슈가 지속적으로 터질 경우, 정부가 사행성을 문제 삼아 규제 고삐를 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형뽑기방 창업 세줄 요약

  1. 높은 수익성, 간편한 운영, 인건비 0원, 현금장사 메리트
  2. 청소년게임제공업 허가, 영업시간 및 장소 규제, 인형 저작권 문제, 과세 리스크
  3. 이미 레드오션 vs. 아직은 괜찮다? 판단은 본인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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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기자
이혜원 기자

남들이 안 쓰는 뉴스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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