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에게도 창업자금 빌려주는 이상한 은행

신용등급 낮고 담보 없어도 기술·열정·사업성 있으면 OK
현장실사·직무능력평가까지 통과해야 대출 실행
대출금액 평균 2~3천만원, 금리는 2% 안팎

신용불량자에게도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은행이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이크로 크레딧(microcredit·미소금융) 사업을 진행해온 ‘사회연대은행‘이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은행이라는 이름 때문에 대부업 회사가 아니냐는 오해를 종종 사기도 한다. 마이크로 크레딧 업계에서는 십수년간 탄탄하게 이력을 쌓으며 성공사례를 만들어왔지만 여전히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의 의의는 금융소외계층에 돈을 빌려준다는데 있다.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나빠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예비창업자들도 사업에 대한 의지와 능력만 있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회연대은행 허미영 홍보팀장은 7일 i-DB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기관은 금융거래실적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을 매기고, 거기서 탈락하면 1금융권 대출이 어렵다. 2금융권, 3금융권으로 넘어가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으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했다.

담보도 없고, 신용등급도 낮은데 상환이 제대로 이뤄질까. 허미영 팀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상환율이 낮지 않다. 80~85%정도 된다”면서 “저신용자가 100만명이라면 실제로 상환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10%뿐인데 나머지 90%가 같이 피해를 본다. 재무관련 신용등급 말고도 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는 많다. SNS 등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성실한지, 상환의지가 있는지를 파악해 금융소외계층에 기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연대은행 취약계층 창업지원 금액 ⓒ i-DB

“요리해보세요” “머리 잘라보세요” 창업 직무능력 평가까지

누구에게나 돈을 빌려준다고 대출이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은행대출보다도 까다로운 게 사회연대은행이다. 진짜 사업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통과하기 힘든 심사 과정 때문이다. 허미영 팀장에 따르면 마이크로 크레딧 창업지원 사업의 심사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1.  서류심사 : 신상정보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요구한다. 동종업계 다른 사업과의 차별점, 수익구조 등을 꼼꼼하게 적어내야 한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써본 적이 없는 (예비) 창업자들은 힘들어하는 과정이다.
  2. 현장심사 :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현장심사를 거친다. 서류에 적어낸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영업 중이라면 사업장을 방문해 확인하고, 예비창업자라면 예비창업지나 가정을 방문해 서류 제출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한다.
  3. 직무능력평가 : 현장심사가 끝나면 업종에 따른 직무능력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기술이 필요한창업의 경우 전문가를 대동해서 실습평가를 진행한다. 미용실 창업을 희망한다고 했다면 실제로 커트와 펌을 시연하게 하고, 음식점이라면 요리를 해보게 한 뒤 맛과 위생 상태, 플레이팅 등을 본다. 교육업으로 지원했다면 시범 강연을 요구하기도 한다.
  4. 최종심사 : 사회연대은행의 내외부 전문가가 모여 창업자의 스토리를 듣는다. 정말 사업성이 있는 아이템인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최종 점검하는 과정이다.
    사회연대은행 창업지원 심사 절차 ⓒ i-DB

창업지원 받았던 대표, 매일 첫 손님 매출 모아 매달 기부

최종심사를 마쳐도 한꺼번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2000만원을 대출하기로 약정했다면 해당 금액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서를 받은 다음 항목에 따라 지급한다. 만약 인테리어 비용으로 500만원을 써야 한다는 계획을 냈다면 인테리어 견적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지원자가 견적서를 부풀려 적은 것은 아닌지, 자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도 계속해서 점검한다. 어렵게 모은 기금이 헛되이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출 금액을 반드시 투자비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이 있는데, 사회연대은행 자금을 통해 저금리로 전환하고 싶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면 그렇게도 할 수 있다.

사업별로 지원규모나 기준도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대출금액은 2000~3000만원, 금리는 2% 안팎이다. 현재 접수 중인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경우 지원규모는 최대 3000만원, 연금리는 1.8%(보증료율 0.5%)다. 1년간의 거치기간을 둔 뒤 4년간 원리금을 균등 분할상환하는 조건이다.

기금은 기업, 금융기관, 정부부처, 지자체, 기관, 개인 후원자로부터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사회연대은행의 마이크로 크레딧 창업지원 사업에만 11억1100만원을 지원했고 삼성생명은 2억원, 강남구는 1억2000만원, 한국전력공사는 1억1000만원을 냈다.

개인의 후원금도 있다.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훗날엔 도움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한 과일가게 창업자는 매일 첫 손님 매출을 모아 한 달에 한번씩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했다. ‘첫 희망열매 나눔’이라는 이름까지 지었다. 허미영 팀장은 “이처럼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은 분들 중에는 본인의 안정에 그치지 않고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서 “이런 게 진짜 사회연대은행이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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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기자
이혜원 기자

남들이 안 쓰는 뉴스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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