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컴퍼니 ①] 요구르트병부터 굴삭기까지…우주선 디자인을 노리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제품이라면,

디자인 없이는 생각하기도 힘들 겁니다.”

 

공구에도 디자인이 필요할까? 기능을 우선으로 하는 제품일 경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이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디자인을 제품이 조금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부수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굳이 비용을 들이면서 디자인을 해야할까?’ 싶었다.

하지만 산업 디자인은 그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기능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인체 공학적인 요소와 제작 단가부터 AS의 편리함까지 생각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엔지니어가 기능을 만든다면, 디자이너는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산업용품들이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함께 내다본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더 중요해진다. 독일, 일본 등 경쟁사들은 뛰어난 디자인의 제품으로 바이어들을 사로잡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1989년 문을 연 212 컴퍼니는 산업계에서 디자인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구르트 용기, 굴삭기, 전동공구, 네비게이션까지 이제까지 작업한 제품의 종류는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그중 2006년부터 계양의 전동공구 디자인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힌다. 1993년에 입사한 후 2004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선경 대표를 만났다.

 

계양 공구 앞에서 포즈를 취한 212 컴퍼니 김선경 대표

 

Q. 212 컴퍼니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1989년 설립한 후 줄곧 산업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회사에요.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공인디자인전문회사’를 선정된 곳인데요. 현재는 40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1993년 제정 당시 최초로 선정된 디자인 기업이기도 합니다. 백세주, 한국야구르트의 세븐 용기 디자인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등을 디자인했고, 파인 디지털의 내비게이션 시리즈의 경우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오고 있습니다.

대모엔지니어링의 브레이커. 출시 후 1년 만에 매출액이 올랐다.

Q. 용기, 중장비,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는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전문 산업 분야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라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디자인은 제품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잠수함에 들어가는 콘솔을 디자인한 적이 있어요.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분야도 낯설고, 어떤 디자인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많이 했었어요. 경쟁 제품이 외국 브랜드였는데, 보는 순간 디자인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기술력을 돋보이게 해주고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건 디자인입니다. 그 외국 브랜드의 디자인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한번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디자인은 그저 돈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전문적인 디자인으로 매출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대모엔지니어링의 브레이커 디자인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산업 현장의 특성상 사용한 지 일주일 만에 칠이 벗겨질 수도 있지만, 브랜드 로고를 이미지화하고 강렬한 컬러를 더한 그래픽 작업을 더한 다음 시장 반응이 좋았어요. 1년 만에 매출액이 올라 그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도 줬다고 해요.

 

Q. 전문적인 산업 디자인 분야의 경우 특별히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 보입니다.

디자인에서 스타일은 기본이에요.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닙니다. 중장비나 전동 공구들은 현장에서 사용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 만큼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새롭게 만들거나 업그레이드한 기능을 살릴 수 있는지를 연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작 단가나 제품 AS 시 작업 과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도 디자인에 반영합니다.

xTeer 현대오일뱅크

 

저희가 했던 엔진오일 용기 디자인을 이야기해볼까요? 엔진 오일은 가정에서보다 주유소나 정비소 등에서 사용합니다. 박스에 제품을 쌓아 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박스 크기에 맞춰 제품이 너무 크거나 높아선 안 됩니다. 제품 높이에 따라 박스에 들어갈 제품의 개수가 정해지고, 컨테이너 높이나 팔레트의 넓이에 맞춰 박스를 실을 수 있는 양이 정해집니다. 컨테이너에 박스를 한 칸 더 실을 수 있다면 그만큼 물류비가 절약되겠죠? 이 모든 부분들이 제품 디자인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부분은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제안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양 전기의 원형톱(CS-7S)

 

Q. 공구디자인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일입니다. 계양의 어떤 전동 공구를 디자인했고, 지금까지 총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2006년 원형 톱 제품을 시작으로, 총 26개 제품을 디자인했습니다. 원형 톱은 계양과 첫 번째로 함께한 프로젝트라 의미가 있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디자인을 보는 관점은 많이 다릅니다. 첫 디자인 회의 때는 계양의 엔지니어 분들이 그 점을 많이 지적했습니다. 디자인보다도 제품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질문이 쏟아졌죠. 그다음에는 정말 심사숙고했죠. 기능에 대해 완벽하게 숙지했고, 제품의 다양한 특징적인 기능을 부각할 수 있는 디자인 시안들을 준비해갔어요.

PT가 끝나고 난 후 조용하라고요. 스무번 넘게 작업을 하니 알겠더라고요. 사람들 반응이 조용하면 절반은 성공한 거예요.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에만 오로지 집중해서 보고 있다는 거니까요. 원형 톱은 고생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계양과 프로젝트를 이어올 수 있게 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작년에는 스마트 전동 공구 제품을 디자인했어요. 아직 출시 전이라 모든 정보를 말할 수 없지만, 계양을 대표하는 레드 컬러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이제까지 나온 전동 공구와는 기능이 달라서 디자인도 완전히 다를 거에요.

햄머는 기존 제품을 리뉴얼한 것인데요. 기존 제품이 굿 디자인까지 받으면서 업계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시장에서는 외면을 당했다고 합니다. 가장 큰 패인은 무거워 보인다는 건데요. 전동 공구는 컴팩트한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희가 디자인을 할 때는 ‘내복 입힌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제품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제품의 외면을 감싸듯 표현했죠. 그 후 시장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계양의 햄머(KH-50H)

 

2부에서 212 컴퍼니가 이야기하는 계양 공구 디자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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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기자
정은주 기자

이런 것도 기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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