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당신에게 필요한 공구를 빌려드립니다

콘크리트 벽에 못을 박으려면 전동드릴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려고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DIY를 취미로 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일년에 1~2번 사용하는 경우라면 돈 주고 사기는 아깝다.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구대여사업은 여기서 출발했다. 1인가구 증가로 가정용 공구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마을에서 공구를 빌려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구대여소의 이름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공구도서관, 공구대여소, 공구은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광역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운영은 구나 동 단위에서 진행된다. 지역마다 갖추고 있는 공구의 종류와 대여료가 다르다. 무상으로 빌려주는 곳도 있고, 최소한의 보증금을 받는 곳도 있다. 우리 마을의 공구대여소 현황은 서울시 공유허브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찾은 곳은 서울시 은평구의 은평공유센터다. 이곳은 관이 아닌 주민 주도형 대여소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지역 주민인 차혜옥-장형선씨 부부가 주민참여예산을 제안해 2015년 문을 열었다. 혜옥씨가 공유센터장을, 형선씨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자는 전동드릴을 글로만 접해본 ‘공알못'(공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가구 조립을 많이 해봤지만 항상 수공구를 썼다. 수공구를 사용할 때의 손맛이 좋았고, 난이도가 낮은 작업들을 했기에 전동공구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했다.

직업적인 관점에서의 호기심은 있었다. 사람들이 전동공구를 찾는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수공구는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고전이다. 그에 비하면 전동공구는 역사가 이제 막 100년을 넘겼을 따름이다. 이참에 신문물(?)을 체험해보고자 전동드릴을 빌리기로 했다.

벽에 못을 박거나 나사를 죄고 풀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고 하자, 신효근 사무국장이 임팩트드릴을 추천했다. 제품 사용법도 알려줘 체험을 해봤는데 막상 써보니 너무 무겁고 제어하기 어려웠다. 임팩트드릴을 가져갔다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물건만 망가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춰 전동드라이버를 빌리기로 했다. 나사를 죄고 풀 수 있으며, 목재에 구멍을 뚫을 수도 있는 제품이다. 기자가 대여한 것은 계양전기의 DD-1202 모델이다. 처음 써보는 전동드라이버라 낯설기는 했지만 임팩트드릴보다는 훨씬 쓸만했다. 콘센트에 꽂아 쓰는 유선 제품이 더 저렴했지만 무선이 편리해보여 무선 제품으로 골랐다.

 

목재를 자를 때 쓰는 직소(jigsaw), 전기 사포인 샌더(sander), 공기압축기(air compressor), 예초기도 있었다. 추석을 앞둔 벌초 때문에 요즘은 예초기가 가장 잘 나간다. 센터에 놓여있는 예초기는 모두 예약이 된 상태였다.

 

대여해주는 공구의 대부분은 계양 제품이다. 차혜옥 센터장은 “은평공유센터는 과거 품앗이를 현대식으로 재현한 공간이다. 그래서 공구를 대여해준다면 국산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품질도 우수해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했다.

예산이 여의치 않았던 탓에 초기 물량을 구입하며 계양전기에 후원을 요청했다. 무려 6개월이나 좋은 취지를 소개하며 설득했다. 결국 1+1 후원 약정을 성사시켰다. 계양은 3000만원어치 공구를 구입한 은평공유센터에 3000만원어치 제품을 추가로 보내줬다.

 

은평공유센터에서 공구를 빌리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센터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시민이나 은평구민이 아니어도 회원가입만 하면 물건을 대여할 수 있다. 공구뿐 아니라 생활용품(게임기, 미니오븐, 식품건조기, 오쿠, 믹서기 등), 캠핑용품(텐트, 테이블, 의자, 침낭)도 빌릴 수 있다.

 

1일 물품 대여금액은 제품 판매가격의 3%다. 계양의 전동드라이버는 약 10만원이므로 대여료는  3천원이다. 하루로는 부족할 것 같아 4일 대여를 신청하고 1만2000원을 지불했다. 현금, 카드, 계좌이체 모두 가능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공구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 남아있는 제품을 확인한 다음 예약을 하고 찾으러 와도 된다.

 

대여품 구성은 제품과 배터리 충전기다. 전동드라이버 사용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생활공구 빌릴 수 있는 은평공유센터

  • 주소
    서울특별시 은평구 연서로 34길 11-1
  • 전화번호
    02-358-0606
  • 운영시간
    월~금 | 10:00~19:00, 토 | 10:00~15:00 (점심 13:00~14:00)
    일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 1일 대여금액
    물건 판매가격의 약 3%
  • 주의사항
    – 대여시 신분증 지참
    – 파손이나 제품 분실시 비용이 청구될 수 있음
  • 홈페이지
    www.epsha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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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기자
이혜원 기자

남들이 안 쓰는 뉴스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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