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다, 가사도우미도 달라졌다

식모→가정부→파출부→홈매니저·클리너
달라진 가사도우미 위상…근로자 인정 눈앞

가사도우미. 보수를 받고 출퇴근을 하며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이 단어를 쓰기 시작한 역사는 불과 20년이 안 된다. 1950~60년대에는 밥을 해준다는 의미로 ‘식모’라는 단어를 주로 썼다. 1970년대에는 ‘가정부’를 두루 썼고, 1970년대 후반부터는 출퇴근하는 가정부를 일컫는 ‘파출부’도 생겼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모(母), 부(婦) 등 여성을 의미하는 한자가 빠지고 ‘가사도우미’가 정착했다. 불과 50년 사이에 벌어진 호칭 변화다.

이름만큼 위상도 달라졌다. 스마트폰 앱에서 가사도우미의 사진을 보고 선택한 뒤 집안일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까지 나왔다. 온라인 홈클리닝 업계 1위인 대리주부에선 이런 가사도우미를 홈매니저라고 부른다. 홈클리닝 업계에선 고객 유치보다 가사도우미 모시기에 혈안이다. 믿을만한 도우미를 많이 갖춘 것이 곧 서비스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를 돌봐주는 육아도우미는 구하기도 어렵고 몸값도 비싸 아기 엄마들이 스스로가 ‘을’이라며 울상을 짓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 보니 쉽지만은 않다. 아무리 잘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서비스의 질을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가령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일이라면 관련 분야에서의 승소 경험을 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가사도우미는 ‘깔끔하게 일 잘하는 분’,  ‘믿을만한 분’이라는 입소문들이 지금껏 시장을 형성해 왔다. ‘1시간만에 그릇 100개 닦기’, ‘미세먼지 5㎍/㎥ 이하로 청소하기’ 같은 정량화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홈클리닝 기업들이 표준화, 매뉴얼화, 가격 가이드라인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가사노동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어떻게든 표준화시켜보겠다는 것이다.

홈매니저의 사진과 신분 확인 및 자격증 현황과 이용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은 매니저들이 제시한 견적을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데, 가격도 중요하지만 이용후기가 고객들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사진=대리주부 앱 화면 캡처]

대리주부 앱에 접속하면 일감을 기다리는 홈매니저들의 사진과 자기소개가 뜬다. 매니저들의 자격요건과 함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직접 쓴 후기가 있다. 마치 오픈마켓 상품후기같다. 홈스토리생활 한정훈 대표에 따르면, 매니저들의 얼굴과 이용후기를 보고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업계에서 대리주부가 유일하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다. 수십년간 직업소개소를 통해,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일을 해 오다 별안간 오픈된 공간에 사진을 올리고 일감을 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대표는 매니저들을 꾸준히 설득했다. 이런 시스템이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고, 매니저들의 수입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객들은 여러 매니저들이 견적을 제시했을 때 단순히 이용료가 싼 쪽을 고르지 않았다. 조금 비싸도 이용후기가 좋은 쪽을 택했다. 매니저들도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되자 후기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됐다. 한 대표는 방대한 이용후기를 최고의 자산으로 꼽는다.

대리주부에서 일하는 홈매니저는 약 3천명이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매년 ‘매니저의 날’ 행사를 열고 우수 매니저 시상과 스토리 공유, 레크레이션, 경품 추첨, 식사를 한다. 7년 전에는 30명이 참석한 조촐한 행사였지만 지난해에는 300명의 매니저가 모였다. 한 대표는 앞치마에 선글라스를 끼고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다. 무대에 들어서며 트로트가수처럼 객석에 있는 매니저들의 손을 잡아주는 능청스러운 퍼포먼스도 한다. 매니저들과의 스킨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그들을 최고의 고객으로 모신다.

가사도우미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드는 법안 신설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가사도우미 특별법으로, 이들도 근로자로 인정해 최저임금과 4대보험, 퇴직금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대리주부와 같은 업체가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형태지만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가정으로 파견되는 형태가 된다. 일각에선 음지에 있는 가사도우미 시장을 양성화 시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꼼수이며, 4대보험 때문에 비용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대안으로 4대보험료의 절반은 정부가 지원하고,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데 쓴 비용의 15%는 세액공제를 해주자는 것이 한 대표의 제안이다. 가사도우미와 파견업체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세액공제로 소비자들에도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한정훈 대표는 “가사도우미의 고용 형태가 바뀌지 않으면 서비스 수준이 개선되기 어렵다”며 “중장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사도우미 호칭 변천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는 1920~1999년 신문 기사를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가사도우미를 지칭하는 각각의 용어들이 연도별로 몇 회 등장하는지를 기반으로 단어 사용 실태를 가늠해봤다.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화면 캡처]
[식모(食母) 남의 집에 고용되어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 식모는 1963년(293건) 가장 많이 등장한 이후 점점 빈도수 줄어들어 1975년 이후에는 신문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엌일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반찬을 주로 만드는 식모는 '찬모'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정부(家政婦)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는 여자] 가정부는 식모가 사라진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1977년(266건)과 1975년(265건)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이후로도 가정부는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2013년에는 '수상한 가정부'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파출부(派出婦) 보수를 받고 출퇴근을 하며 집안일을 하여 주는 여자] 파출부는 입주도우미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133건)에 가장 많이 등장했는데, 가정부(132건)도 비슷한 빈도로 쓰였다.
 
[가사도우미(家事---) 파출부와 같은 말] 가사도우미는 파출부와 같은 뜻이나 여성을 의미하는 부(婦)를 빼고 새롭게 만든 단어다. 양성평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2000년대 이후에는 가사도우미를 신문에서 널리 쓰고 있다.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는 2004년 수록됐다.
 
[하녀(下女) 사삿집이나 여관 따위에 고용되어 부엌일이나 허드렛일을 맡아서 하는 여자 하인] 하녀는 아랫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권장하지 않는 단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신문에 꾸준히 등장하는 것은 하녀가 영화 등 예술작품의 모티브로 자주 등장해서다. 실생활에서는 하녀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단어가 가진 고유의 느낌 때문에 웹소설, 웹툰 등에서는 여전히 쓰이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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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기자
이혜원 기자

남들이 안 쓰는 뉴스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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