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태의 노가다 일기] 노가다 세계에서도 인맥은 중요하다

58세 되시는 숙소 큰 형님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업체 노동자들의 일당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신참 7만원, 고참 9만원, 반장 11만원, 팀장 13만원*이다. 난 물론 7만원이다.

고참이란 이 현장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노가다를 오래 해서 일을 잘 한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전문가가 면접 하면서 몇 마디 나눠보면 대체로는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5명 정도의 전문 노가다 팀을 구성해서 단체로 일당 협상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그 정도를 받는다. 반장은 적게는 2명, 많게는 5명 정도를 책임지면서 특정한 작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핸드폰 사용이 허가되는 완장을 찬 사람들이 많다. 팀장은 50명 정도를 총괄하면서 작업 배분을 하는 사람이다.

(‘노가다’라는 용어가 일본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반화되어 있어서 문맥상 필요할 때는 막노동이랄지 건설일용직 노동 같은 표현을 쓰지 않고 ‘노가다’라고 씁니다.)

동선 보강·천공·양중… 전문영역 있어야 살아남아

노가다에서 ‘성공’하려면 사회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우선 자신만의 전문 영역이 있어야 한다. 오늘은 이 일 했다가, 내일은 저 일을 했다가 하면 안 된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서, 전체 작업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반장들이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동선 보강 전문, 어떤 사람은 천공 전문, 어떤 사람은 양중 전문 등등.

그런 사람들은 그 분야의 기술도 기술이려니와 전체 작업에서 오늘 작업하는 것이 차지하는 위치와 내일 해야 할 일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해당 분야와 관계된 상급 업체의 사원들이나 발주처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작업 환경과 주변 상황에 익숙하기에 급한 일이 닥쳤을 때 임기응변을 할 수 있다. 양중을 오래 한 사람은 양중에서 갑자기 받침목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에 가면 그것을 가장 빨리 구할 수 있는지를 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인맥이다.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 등의 시간에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과 일상의 대화를 자주 나누어야 한다. 일 얘기뿐만 아니라, 시시껄렁한 농담 같은 것도 하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9만원의 숙련공은 될 수 있어도, 11만원을 받는 반장은 결코 될 수 없다.

실력 있어도 사교성 없으면 숙련공 머무는 경우도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일을 가장 잘 하는 SG는 그 어떤 일을 맡겨도 해당 분야 반장들보다 잘 한다. 원래 오랜 기간 설비 일을 했었고, 다른 현장에서도 오래 일했었다. 이 현장의 다른 업체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맨날 여기저기로 불려 다닌다. 콘크리트 타설이나, 제진대 설치 등등의 가장 어려운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 그러나 사교성이 없고, 말을 잘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일을 맡으면서 혹사를 당하면서도, 9만원짜리 숙련공으로 머무른다. 결국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일은 SG보다 못하는 것이 분명한데, 팀장과 친하고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반장으로 승진했다. SG는 이 업체에서 나갔다.

전문성과 인간관계 풀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 이건 다른 곳에서 뿐만 아니라 노가다 현장에서도 적용되고 있었다.

 


주* 2011년 6월 파주 LG LCD 공장 건설 현장 하청업체 숙식 노동자 기준 금액이다. 2017년 현재 신참은 10~12만원 정도다. 고참급 이상은 직종과 일하는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다.

39+
권병태
권병태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까지 마친 고학력 현장노동자. 국회 보좌관, 사회디자인연구소 연구원, 학원 강사 등을 거쳐 건설현장에 둥지를 틀었다. 휴식 시간에도 책을 놓지 않는 열독가, 매일 작업일지를 쓰는 글쟁이, 5천명의 친구들과 소통하는 페북스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는 로맨티스트다.

12 Comments
    1. 최정민님 // 네. 일반 회사에서는 더 심하겠지요. 일하는 영역에서의 능력에 따라 직위도 보수도 주어지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4+

댓글 남기기


서울 서초구 명달로 65 2층
제휴문의 : 1522-8250, something@i-db.co.kr

회사소개 | 미디어소개

제호 : 아이디비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702
등록일자 : 2017년 9월 1일
발행인/편집인 : 김동업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우일

facebook   twitter   youtube  
Daum Brunch   Naver Post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