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태의 노가다 일기] 청년들을 현장으로 모으기 위한 5가지 방법

보행자 보호 신호수 일을 할 때 모습.

오늘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진입하는 레미콘 차량 안내와 보행자 보호 신호수 일을 했습니다. 신호수 일은 오후 3시경 끝나 남은 시간에는 주변 정리와 청소를 했습니다. 콘크리트 주입용 펌프카가 있던 공사현장 외부 도로 청소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와 또래고 직책은 모르겠지만 그 현장에서 오래 일한 걸로 보이는 사람이 처음부터 반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이! 저기 지하실에 빗자루 있으니 가져 와” 반말도 정감 섞인 게 아니라 신경질적인 반말이었습니다. 두번 참다가 세번째에 한 마디 했습니다. “당신 나를 언제부터 봤다고 반말입니까? 반말하지 마세요”라고요.

그랬더니 그 사람은 “일하니 싫으냐? 일하기 싫으면 가라” 그때부터 저도 “누가 일하기 싫다고 했냐? 반말하지 말라고 했지”라고 큰 소리의 반말로 대응했습니다. 그리곤 그 사람이 구시렁거려도 더 이상 대꾸 안 하고 묵묵하게 제 일을 했습니다.

거기에는 현장 최고 책임자, 차장, 작업을 지시하던 젊은 직원, 같이 신호수 하던 나이든 분, 펌프카 운전수 등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싸늘해 졌습니다. 그렇게 일하고 있는데 차장과 젊은 반장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런 일 처음 해 보십니까? 밑바닥이 다 그렇죠. 이해하세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저 오래 되었고 요즘 현장들 반말 안 합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지금이 쌍팔년도 입니까? 반말은 친한 분들끼리 하세요. 처음 본 사람한테 그러는 거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저한테 말을 건 사람들은 당연히 할 말이 없는 눈치였습니다.

콘크리트 주입용 펌프카.

참고로 제가 요즘 자주 나가는 상계역 인근 푸르지오 건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하청업체 C건설은 현장 최고 책임자부터가 아주 정중합니다. TBM(팀별 미팅)을 할 때도 점잖게 얘기하고, 얘기 끝난 다음에 할 말이 없느냐고 꼭 물어봅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도 서로 높임말 쓰고 일용직 용역들도 무시 안 하고 정중하게 대합니다. C건설의 명칭은 건설이지만 하는 일은 토목 쪽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토목과 건설 중 토목 쪽이 좀 더 점잖은 것 같기는 합니다.

그 때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말이 통용되는 밑바닥이라는 사고방식이 우리가 하는 일의 격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도 현장에 안 오려고 하는 겁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우리 일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뭐 그런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같은 것에만 매달리지 않고 노가다 현장으로 올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5 달에 20 일하고 350만원 이상 받을 있어야 한다

현재는 20일 일하면 220만원 안팎입니다.

2. 산재 사고가 줄어야 한다

전체 산업 현장에서 하루 7명이 사망하는데, 건설현장에서만 하루 2명 꼴로 사망합니다. OECD 산재사망률이 압도적 1위입니다.

대부분의 현장은 휴게실이 없어 자재더미 사이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3. ‘빨리빨리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현장 일은 너무 급하고 빡셉니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몇 단계씩 내려가는 하도급 때문에 하청업체들은 이윤을 남기려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 합니다. 그러나 나이 든 현장 일꾼들도 이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자주 쉬고, 여유 있고 느긋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현장이 깨끗하고 쾌적해야 한다.

건설이나 토목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이 깨끗해서 일하는 기분이 상쾌해야 합니다. 요즘 청년들 깨끗한 거 좋아합니다. 노동자 편의시설도 갖추어야 합니다. 새벽 일찍 출근하고 몸을 쓰는 일의 특성상 점심 시간에 오침 하는 경우가 많은데, 휴게실 같은 곳에서 잘 수 있어야 합니다. 대형 현장에는 그런 휴게실이 있지만 대부분은 없어 자재 더미 사이에서 마대자루 같은 걸 깔고 눕습니다.

5. 2등 국민이란 자괴감이 들지 않아야 한다.

좋은 일자리라는 말 대신 우리 사회에서 직업을 보는 시선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되어야 합니다. 일곱 가지 색깔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무지개를 만들 듯,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2등 국민으로 느끼게 만드는 단순 육체노동 외국인노동자 수입을 규제 해야 합니다. (이건 1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사람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좀 귀여운 면이 있습니다. 저런 일이 있고 난 뒤 저와 마찰이 있었던 사람은 멀찌감치 떨어져 일했지만, 이전까지는 자기들끼리 친해서 반말을 주고 받던 사람들이 존대를 하는 겁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온 송중기 군대식 말투로 “차장님 이 쪽에 물 한 번 뿌려주시지 말입니다”, “김 선생님 여기 벽면 모서리도 쓸어주시지 말입니다”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 들으라고 그러는 겁니다. 속으로는 킥킥 웃음이 나왔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일하느라 혼났습니다.

글·사진 | 권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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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태
권병태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까지 마친 고학력 현장노동자. 국회 보좌관, 사회디자인연구소 연구원, 학원 강사 등을 거쳐 건설현장에 둥지를 틀었다. 휴식 시간에도 책을 놓지 않는 열독가, 매일 작업일지를 쓰는 글쟁이, 5천명의 친구들과 소통하는 페북스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는 로맨티스트다.

9 Comments
    1. 김은영님 // 댓글 감사드립니다. 우리 “일곱빛깔 무지개 직업 세상”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8+
    1. 김향미님 // 네. 각자 직분에 충실하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회사와 현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7+
    1. 박윤희님 // 네. 저와 윤희님께서 함께 바라는 회사와 현장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6+
  1. 잘 읽었습니다. 산재관련해서는 동의합니다. 저도 저승사자와 몇 번 티타임 가질 뻔 했으니까요. 우선, 안전예방과 감시에 열중하여 노동자의 노동편의를 무시해서는 아니됩니다.
    또, 현장일이 어쩔 수 없이 나이 서열에 험한 일이다보니 일이 힘들어 그만두기보다 사람이 힘들어 그만두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어업이나 노가다 뛸 때는 굉장히 거칠고 험한 말을 많이 썻습니다.
    고운말이 호구가 되는 현장이 안타깝습니다. 공감합니다.
    점심먹고 X밴드 풀고 주저앉는 그 자리가 곧 휴식처라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마지막 이주노동자와 임금에 대해서는 저와 입장이 많이 달라서 댓글로는 힘들겠네요.
    아무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9+
    1. 네. 맞습니다. 사람이 힘들어서 그만두게 하는 상황은 없어져야겠지요~~ 외국인 노동자와 임금 … 은 나중에 통화될 때 얘기 나누기로 해요~~^^ 댓글 감사합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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