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km 슛에도 거뜬…골키퍼장갑 라텍스의 비밀

골키퍼장갑이 없던 시절에는 가죽장갑이나 용접장갑을 끼고 경기에 임하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축구 기사에만 보이는 특별한 관용구가 있다. 골키퍼 선발선수를 표현할 때 ‘골키퍼장갑은 ○○○가 낀다’는 문장이다. 그만큼 골키퍼장갑은 골키퍼에게 상징적인 도구다. 필드를 달리는 11명의 선수들 중 유일하게 장갑을 착용하기 때문이다.

허벅지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한 근육이다. 허벅지에서 뿜어나오는 슛은 시속 100km을 웃돈다. 골키퍼가 장갑을 끼지 않은 채 공을 막다간  뼈가 휘거나 부러질 수 있다. 축구용품 수집가 이재형씨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만해도 국내에는 골키퍼 전문 장갑이 없었다. 선수들은 맨손으로 공을 막거나 가죽장갑, 용접장갑을 끼고 경기에 임했다. 때문에 골키퍼 출신의 축구 원로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이 휘었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직조술도 발달하며 골키퍼장갑도 진화하고 있다. 골키퍼장갑에 쓰이는 대표적인 재료는 라텍스다. 라텍스는 충격을 잘 흡수하면서도, 마찰력이 커 공이 잘 미끄러지지 않게 만든다. 골키퍼장갑으로는 최적의 소재인 셈이다. 영국의 피트니스매거진 코치 매기에 따르면 골키퍼장갑의 성능은 손바닥에 어떤 라텍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라텍스란 고무나무 수액을 굳혀서 만든 천연고무다. 인체에 닿는 장갑, 운동화, 바디슈트, 콘돔, 베개, 침대 매트리스 등에 쓰인다. 장점이 많은 소재지만 합성고무와 비교하면 균일성도 떨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내구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골키퍼장갑을 만들 때 라텍스에 합성고무를 결합해 단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골키퍼장갑 안에 든 라텍스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하고 공에 대한 마찰력을 높여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아디다스]

골키퍼장갑에는 부상 방지 장치들이 숨어있다. 손바닥에 라텍스가 있다면 손가락 부분에는 10개의 플라스틱 지지대가 들어있다. 슛을 막다가 손가락이 꺾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플라스틱이 골키퍼의 손을 밟는 상해까지 막아주지는 못 한다. 보다 단단한 소재를 쓰면 안전하긴 하겠지만 착용감이 떨어져 선수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 중인 국가대표팀 조현우 선수는 어떤 제품을 쓸까? 확인 결과 이번 월드컵을 겨냥해 출시된 A사의 선수용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가격은 14만9000원으로, 손바닥에는 두 종류의 폼을 쓴 라텍스가 들어있다. 두툼한 쿠셔닝 덕분에 손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적으며, 그립감이 좋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에게 골을 선물한(?)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도 같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골키퍼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3가지


1. 19세기엔 11명 모두 골키퍼였다(?)

지금은 선발 선수 중 골키퍼만 손을 쓸 수 있지만 초기엔 그렇지 않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1863년 만든 최초의 경기 규정에는 필드플레이어와 골키퍼의 구분이 없었다. 골키퍼만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막을 수 있다는 규칙이 추가된 건 1871년이다. 바야흐로 골키퍼가 전문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한 해다.

2. 골키퍼, ‘문지기’ 될뻔했던 사연

육군사관학교에서 골키퍼를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축구용어를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스트라이커는 공격수로, 디펜더는 수비수로 바꾸는 식이었다. 이때 축구협회에서 골키퍼는 문지기로 바꾸자고 했는데, 본인이 골키퍼 출신인 탓에 ‘문지기’를 한사코 거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골키퍼를 문지기라고 부른다.

3. 국제경기에서 처음 골 넣은 정성룡 선수

국내에서는 김병지 선수가 ‘골 넣는 골키퍼’로 유명하다. 그러나 축구 팬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은 2008년 코트디부아르와의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정성룡 선수다. 전반 41분 정 선수가 찬 공은 하프라인을 지나 상대편 골문을 갈랐다. (영상보기) 대한민국 공식 국제경기 사상 최장거리 골(85m)을 기록하며 정성룡은 처음으로 국제경기에 골을 넣은 골키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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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기자
이혜원 기자

남들이 안 쓰는 뉴스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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